히브리서 11:27~32, 믿음의 사람들(모세와 출애굽 백성들)
히브리서 11:27~32, 믿음의 사람들(모세와 출애굽 백성들)
27 믿음으로 애굽을 떠나 왕의 노함을 무서워하지 아니하고 곧 보이지 아니하는 자를 보는 것 같이 하여 참았으며 28 믿음으로 유월절과 피 뿌리는 예식을 정하였으니 이는 장자를 멸하는 자로 그들을 건드리지 않게 하려 한 것이며 29 믿음으로 그들은 홍해를 육지 같이 건넜으나 애굽 사람들은 이것을 시험하다가 빠져 죽었으며 30 믿음으로 칠 일 동안 여리고를 도니 성이 무너졌으며
【말씀 묵상을 돕는 글】
오늘도 계속해서 히브리서 11장에 나오는 믿음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 보려고 하는데, 먼저 27절을 보면 ‘믿음으로 애굽을 떠나 왕의 노함을 무서워하지 아니하고 곧 보이지 아니하는 자를 보는 것 같이 하여 참았으며’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믿음으로 애굽을 떠난 사람이 ‘누구’인지 애매한데, 왜냐하면 27절에서 ‘떠난다’는 동사는 3인칭 단수형으로 되어 있어서 24절부터 시작된 모세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29절부터는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믿음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쪽으로 단정해서 말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7절부터 나오는 이야기는 모세의 개인적인 이야기라기 보다는 모세와 이스라엘 공동체가 함께 경험했던 믿음의 여정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애굽을 떠나 왕의 노함을 무서워하지 아니’하였다는 말을 모세에게 일어났던 사건으로 보면 출애굽기 2장에서 모세가 이집트 사람을 살해한 일로 미디안 광야로 도망친 사건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때 모세가 도망친 이유는 출애굽기 2장 15절을 보면 ‘바로가 이 일을 듣고 모세를 죽이고자 하여 찾는지라 모세가 바로의 낯을 피하여 미디안 땅에 머물며 하루는 우물 곁에 앉았더라’고 말하는 것처럼 파라오가 모세를 죽이려고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히브리서 기자가 ‘왕의 노함을 무서워하지 아니’하였다는 표현과는 상충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왕의 노함을 무서워하지 않았다’는 말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을 했을 때 이집트의 파라오가 군대를 이끌고 추격하려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집트를 떠나 출애굽의 여정을 시작한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스라엘 백성들이 파라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집트를 떠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27절 하반절을 보면 ‘보이지 아니하는 자를 보는 것 같이 하여 참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보이지 아니하는 자’(ἀόρατον)는 당시 유대교나 초대교회에서 하나님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결국 파라오의 눈에는 하나님이 보이지 않았지만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믿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참았으며’(ἐκαρτέρησεν)라는 말은 ‘참다, 견디다’는 의미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보면 그렇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행동했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은 당시 권력자였던 파라오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참된 통치자로 믿고 있었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이집트를 떠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신앙 생활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이는 하나님’으로 믿으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코람데오’(Coram Deo)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데, 모든 순간을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것이 ‘믿음의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도행전 24장 16절을 보면 사도 바울이 벨릭스 총독 앞에서 재판을 받을 때 ‘이것으로 말미암아 나도 하나님과 사람에 대하여 항상 양심에 거리낌이 없기를 힘쓰나이다’라고 말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이는 하나님으로 믿고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28절을 보면 ‘믿음으로 유월절과 피 뿌리는 예식을 정하였으니 이는 장자를 멸하는 자로 그들을 건드리지 않게 하려 한 것이며’라고 말합니다. 27절과 마찬가지로 28절에도 믿음의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은데, 왜냐하면 ‘정하였다’(πεποίηκεν)는 동사가 3인칭 단수인데 ‘그들을 건드리지 않게 하려 하였다’고 할 때는 3인칭 복수 대명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여기서도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을 함께 언급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월절’(πάσχα)과 ‘피 뿌리는 예식’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예식이 아니라 하나의 예식으로 ‘피를 뿌리는 예식인 유월절’을 뜻하는데, 하나님의 사자가 이집트 전역에서 장자들의 생명을 거두어 가실 때 문설주와 인방에 피를 발라서 심판의 사자가 지나가도록(pass over)했던 사건을 나타냅니다. 결국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유월절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29절을 보면 ‘믿음으로 그들은 홍해를 육지 같이 건넜으나 애굽 사람들은 이것을 시험하다가 빠져 죽었으며’라고 말합니다. 여기서는 명확하게 ‘건넜다’는 동사가 3인칭 복수형이서 이스라엘 백성들 전체의 믿음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홍해 바다를 ‘믿음으로’ 건넜지만 이집트 사람들은 ‘시험하다가 빠져 죽었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행동은 ‘믿음’이라고 말하고 이집트 사람들은 ‘시험’했다고 말하는데, 사실 이스라엘 백성들도 처음에는 홍해 앞에서 두려움에 빠져서 모세를 원망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출애굽기 14장 12절을 보면 ‘우리가 애굽에서 당신에게 이른 말이 이것이 아니냐 이르기를 우리를 내버려 두라 우리가 애굽 사람을 섬길 것이라 하지 아니하더냐 애굽 사람을 섬기는 것이 광야에서 죽는 것보다 낫겠노라’고 말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의 인도를 받아서 홍해 바다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믿음이 처음부터 완벽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부족한 모습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믿음으로 홍해를 건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집트 사람들에게는 이와같은 믿음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 세상에는 하나님의 사건을 대하는 두가지 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하나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믿음으로 응답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호기심으로 간을 보면서 시험하는 경우입니다. 사실 성경에서 말하는 믿음은 ‘보이지 않는 사건에 대한 믿음’,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종말론적 미래의 실상에 대한 믿음’, ‘인간의 눈에는 불확실하지만 하나님의 눈에는 확실한 사건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무작정 확실한 믿음을 갖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예를 들어 아브라함과 사라도 처음에는 하나님의 약속을 의심하였고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는 믿음의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백성들도 처음에는 두려움에 빠져서 모세를 원망하였지만 결국 홍해 바다에 한 발을 내딛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반면 이집트 사람들에게는 이와같은 ‘두렵고 떨리는 믿음’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홍해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죽을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 다음에 30절을 보면 ‘믿음으로 칠 일 동안 여리고를 도니 성이 무너졌으며’라고 말합니다. 여리고 성은 40여년 동안 광야를 지나왔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여호수아의 인도를 받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성 주위를 6일 동안은 하루에 한번씩 돌았고 7일째는 일곱 번 돌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사실 이와같은 방법은 전쟁을 수행하는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와같은 방법으로 여리고를 정복하라고 말씀하신 이유는 여리고 성을 점령하는 일이 군사적인 능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때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하려고 하신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여리고 성 정복은 철저하게 ‘믿음’의 사건이었다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사람이고, 하나님의 심판이 실재적임을 믿기에 거기에 합당한 대비를 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두렵고 떨리는 믿음으로 한 발을 내딛는 사람이고, 순종함으로 여리고 성을 도는 사람입니다. 우리도 이와같은 믿음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함께 드리는 기도】
1. 믿음으로 약속의 땅을 향해 떠나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2. 믿음으로 홍해와 같은 시험과 고난의 바다를 건너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3. 믿음으로 여리고를 도는 순종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